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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철학이 초등 교육에 스며든 배경에는 공동체 중심 사고와 도덕적 감수성을 중시하는 문화적 기반이 작용했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인간형성의 과정이라는 관점이 강하게 작용했고, 이는 교과 내용보다 교사의 태도와 수업 방식에 더 깊숙이 반영되었다. 지역마다 교육 편차가 크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배려, 인내, 존중이라는 가치의 일상화였다. 철학은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아도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원리로 존재했다. 특히, 유교와 불교, 민족주의가 혼재된 베트남 특유의 사상적 뿌리가 학급 운영과 학습 목표 설정에 깊이 영향을 미친 사례들이 적지 않다.
전통적 윤리가 초등 교육에 스며드는 구조
도덕성과 효를 중심으로 하는 유교적 전통은 베트남 교육의 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초등 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단순한 지식 전달의 수준을 넘어서, 인격적 존중과 예절 훈련의 장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교과 내용보다 교사 태도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교육 내용에서 ‘가족’, ‘국가’, ‘어른에 대한 예절’이 반복되며, 학생들은 이를 통해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고 공동체 감각을 익힌다. 실제로 하노이의 공립 초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서는 ‘조부모를 공경하자’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단원이 등장한다. 단순한 문해력을 넘어서 행동으로 옮겨지는 학습이 강조된다.
베트남 불교 사상이 어린이 교육에 주는 영향
불교는 단지 종교적 정체성을 넘어 교육철학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한다. 베트남 불교는 고통의 인지와 자비의 실천을 핵심 원리로 삼는데, 이 두 가지는 초등 교육에서 ‘갈등 해결’과 ‘감정 표현’ 수업에 그대로 녹아 있다. 특히 최근 도입된 명상 교육 프로그램은 불안과 분노를 조절하는 도구로 기능하며, 일부 학교에서는 하루 수업 시작 전 5분간 ‘고요한 호흡’ 시간을 갖는다. 이는 교사 주도의 규율 통제를 넘어, 학생 스스로가 내면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감정 조절 능력을 뇌 기반으로 설명하는 서구 교육과는 결이 다르며, 존재론적 관점을 더 중심에 둔다.
철학 없는 교육과 철학이 살아있는 교실의 차이
동일한 수학 문제라도, 문제 풀이에 접근하는 방식은 철학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단순한 정답 도출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를 묻는 수업이 이뤄지는 경우, 아이들은 논리적 사고 이전에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실제로 베트남 중부 지방에서 진행된 ‘협력 학습’ 실험에서는, 단순 정답형 질문보다 가치 판단이 필요한 질문을 받은 학생들의 학습 집중도와 태도 변화가 훨씬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교실에서 철학이 살아있다는 것은, 교사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어떤 언어로 답하는지를 통해 가장 먼저 드러난다.
사상과 커리큘럼의 불일치가 만들어낸 한계
흥미로운 점은, 베트남 교육이 사상적으로는 공동체주의와 윤리 중심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커리큘럼에서는 여전히 ‘주입식 평가’가 우세하다는 점이다. 시험 성적이 상급학교 진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교사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한다. 철학이 살아있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평가방식의 구조적 변화가 필수적이며, 단기적 교육 목표보다 장기적 시민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하노이교육대의 한 연구는 “윤리 중심 커리큘럼이 실제 수업에서는 점수 중심 수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교육현장에서의 사례: 공동체적 교실 운영
하이퐁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주도 운영반’을 통해 교실의 자율성과 공동체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시도를 해왔다. 이 운영반은 교사가 지도자가 아니라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학생들이 자신들의 규칙과 일과를 스스로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전통적 사상인 ‘타인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라’는 불문율이 적용된다. 지도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조성되며, 이는 서구식 토론 중심 수업에서 나타나는 과잉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
초등 교육에서 사상이 아닌 태도로 남는 가치
어린 시절에 접한 철학은 지식으로 남기보다 태도로 각인된다. 베트남 초등 교육은 ‘철학을 가르치지 않고 철학을 배우게 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때, 그 기준이 점수나 효율보다 ‘옳음’이나 ‘공익성’에 근거하도록 훈련된다. 이러한 가치 형성은 텍스트가 아닌 교실 내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며, 교사의 언어, 반응, 대화 방식이 철학적 태도를 구성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결국 초등 교육에서 철학은 교과가 아닌 공기처럼 작용한다.
베트남 철학 교육이 글로벌 교육 담론에 주는 시사점
세계 각국의 교육은 효율성과 성과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지만, 베트남은 전통 윤리와 공동체 중심 가치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흐름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 지역일수록 정서 교육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국제 비교학자들은 베트남의 철학 중심 교육이 단기적 성취보다는 장기적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미래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 사례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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