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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틱낫한 마음챙김이 병원에 적용된 배경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비롯한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을 정규 치료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이 흐름의 기저에는 틱낫한이 강조한 ‘지각된 현재’에 집중하는 명상이 존재한다. 특히 암 환자, 만성 통증 환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에서 마음챙김 명상이 일정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병원 내부의 구조 개편이 시작되었다. 단순히 외부 강사를 불러오는 수준이 아니라, 병원 자체 인력 교육 시스템에 명상을 포함시키고, 환자 치료 매뉴얼에 명상 시간을 삽입하는 구조적 개입이 이어졌다. 이런 흐름은 단발적이거나 유행성 개념이 아니라, 의료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2. 마음챙김 적용의 실질적 목적: 감정 탈진 대응
의료 현장의 가장 큰 구조적 위험은 신체가 아닌 감정에서 발생한다.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 역시 반복되는 죽음, 고통, 긴급상황에 노출되며 감정 소진을 겪게 된다. 이때 감정 관리를 외부 상담이나 심리 지원만으로 해결하려 하면 한계에 부딪힌다. 틱낫한이 강조한 마음챙김은 외부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지금 이 순간’을 관찰함으로써 감정의 흐름을 자각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수술 전 의사가 단 3분간 호흡에 집중한 후 수술실에 들어가도록 하는 병원의 사례는, 업무 효율보다 ‘존재의 회복’을 중심에 두는 전환적 실험이다. 감정 탈진은 업무능력 저하뿐 아니라 의료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마음챙김은 단순한 명상이 아닌 예방적 구조의 일부로 기능한다.
3. 병원 조직문화에서의 마음챙김 도입 방식
틱낫한의 마음챙김이 병원에 효과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 차원의 변환이 필요했다. 단순히 명상실을 마련하거나 가이드북을 나눠주는 수준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의 사례에서는 병동 회진 전 간호사와 인턴들이 5분간 침묵 명상을 시행하고, 업무 일지에 감정 상태를 기록하는 절차가 포함됐다. 이는 업무와 명상을 분리하지 않고, 일상 안에 자연스럽게 병합하려는 시도이다. 중요한 점은 마음챙김의 효능이 개인 차원의 실천에서 조직 차원의 관행으로 전환되어야 실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틱낫한은 ‘한 사람의 고요는 공동체 전체의 고요로 이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병원이라는 집단 구조에 그대로 적용된다.
4. 환자 회복 과정에서의 마음챙김 효용
환자의 회복에는 물리적 치료만큼 심리적 상태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암, 심혈관 질환, 난치성 질환 환자에게는 감정 불안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회복 속도를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틱낫한이 제안한 마음챙김은 이러한 불안과 분노를 제거하려 하지 않고, 그 존재를 그대로 인식하게 만든다. UCLA 병원의 사례에 따르면,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수면의 질, 약물 의존도, 회복 속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이 명상이 치료 후 ‘후유증 관리’에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회복은 병원을 떠난 이후에도 지속되는 과정이며, 마음챙김은 그 연속성 속에서 환자의 감정 자율성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5. 의료진 번아웃과 마음챙김의 조직적 효과
미국 심장학회 발표에 따르면, 외과의사의 60% 이상이 ‘정서적 탈진’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진의 감정 피로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전체의 서비스 품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복지의 차원을 넘는다. 틱낫한이 강조한 ‘호흡의 자각’은 이 구조 속에서 의료진이 ‘일’이 아닌 ‘존재’로서의 자신을 회복하는 핵심 방법이 된다. UCLA 메디컬센터에서는 명상 리더십 훈련을 이수한 간호사들이 환자와 대화할 때 명상 리듬을 응용하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이는 공감 능력 향상뿐 아니라 의료 사고율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음챙김은 조직문화 속에서 의료진의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장치로 작동하며, 이는 병원 운영 효율과도 연결된다.
6. 틱낫한 철학이 병원 거버넌스에 미친 영향
의료 조직이 마음챙김을 단지 환자용 프로그램으로 머무르지 않게 하려면, 운영 체계에 대한 사상적 전환이 필요하다. 틱낫한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존재로서의 실천’은 병원의 운영 구조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예컨대 회의 시간 단축, 이메일 응답 제한, 고요한 공간 확보 같은 소소한 변화가 실제 의료 환경을 구조적으로 바꾼다. 플럼빌리지 운영 시스템이 ‘행정의 고요함’을 실천한 것처럼, 병원도 시스템 속에 정적인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업무의 흐름이 아닌 관계의 흐름을 중심에 놓을 수 있다. 마음챙김은 의료를 행정적으로 압축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실천의 틀로 작용한다.
7. 마음챙김의 의료 확장성과 실천 과제
틱낫한의 마음챙김은 더 이상 불교 명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는 병원뿐 아니라 정신건강센터, 요양병원, 재활센터, 심지어 군의료기관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마음챙김이 단순히 프로그램화되거나 매뉴얼화될 경우, 그 본질이 훼손될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틱낫한이 강조한 것은 명상의 형식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다. 의료 환경에서 마음챙김이 유효하려면, 단지 휴식의 시간이 아닌 관계 재구성의 틀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의료계는 명상 전문가와의 협력뿐 아니라, 병원 내 철학적 교육 시스템과 연계되어야 한다. 결국 마음챙김은 고요함을 통한 존재 회복의 실천이며, 이는 곧 의료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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