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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쩌우 찌우는 여성에게 요구된 침묵의 윤리를 부수고, 행동과 사유로서의 해방을 외친 급진적 사상가였다. 그녀는 남성 중심적 유교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여성의 시민적 권리와 정치적 주체성을 강조했고, 해방은 제도 변화만으로는 성립되지 않으며 철학적 자각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판 쩌우 찌우의 목소리는 베트남 사회를 넘어, 보편적 여성 해방 담론 속에서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 사유의 근거를 마련했다.
유교 질서에 대한 비판적 해체
판 쩌우 찌우는 유교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도덕적 침묵을 구조적으로 비판했다. 그녀는 ‘삼종지도’, ‘현모양처’와 같은 이념이 여성의 삶을 도식화하고 주체적 판단을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질서가 여성에게 내면화되면서 여성 스스로 자유를 부정하게 된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해방은 단지 외적 억압의 해소가 아니라 인식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교육권과 정치 참여에 대한 급진적 선언
판 쩌우 찌우는 여성 해방의 첫걸음을 교육권에서 찾았다. 그녀는 여성에게 지식이 부여되어야만 정치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교육이야말로 여성 해방의 철학적 기반임을 강조했다. 동시에 그녀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단지 상징이 아닌, 실제 정책 결정의 주체로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글에는 “교육 없는 해방은 없다”는 선언과도 같은 구절들이 반복되며, 이는 단순한 수사적 문장이 아닌 실천의 출발점이었다.
판 쩌우 찌우의 글쓰기와 말하기는 왜 정치적 행위였는가
그녀의 글은 문학이자 정치였다. 판 쩌우 찌우는 글쓰기와 말하기를 단지 자기표현의 수단이 아닌, 억압된 주체를 재구성하는 정치적 행위로 간주했다. 그녀는 편지를 통해 제국주의와 유교를 동시에 비판했고, 연설을 통해 공공장을 확보했다. 그녀에게 언어는 무기가 아닌 논리였고, 감정이 아닌 사유였다. 이러한 방식은 단지 여성 해방이 아닌 ‘사유의 해방’을 의미했다.
그녀는 글쓰기와 말하기가 의식의 장악을 회복하는 유일한 도구라고 보았고, 특히 여성에게 부여된 침묵의 윤리를 깨뜨리는 방법으로 언어를 위치시켰다. 판 쩌우 찌우는 ‘기록되지 않는 존재는 잊히며, 말하지 않는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여성의 존재 조건을 언어로 재구성하고자 했다. 그녀는 자신이 쓴 모든 글과 연설을 통해 억압 구조를 해체하는 논리적 장치를 발명했고, 이러한 작업은 단순한 비판이 아닌 권력으로부터의 탈주를 가능하게 했다. 그녀에게 ‘말한다는 것’은 단지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복원하는 실천이었다.
개혁의 이론과 실천 사이: 여성주의의 베트남적 전환
판 쩌우 찌우는 서구의 여성주의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베트남 사회의 조건에 맞게 번역하고 재구성했다. 전통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전통을 전복하는 방식,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철학적 개입이었다. 그녀는 베트남 여성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 위해 사유를 반복했고, 그러한 반복이 결국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제도 바깥의 현실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었다.
그녀는 특히 ‘여성주의’라는 개념이 수입된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파생된 삶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판 쩌우 찌우는 베트남 여성들이 처한 현실이 서구 여성주의 담론이 전제하는 자유, 노동, 권리의 구조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유한 저항 철학을 정립하려 했다. 그녀는 여성주의를 ‘권력 구조에 대한 저항’이 아닌, ‘존엄의 회복을 위한 구조적 실험’으로 이해했고, 이 과정에서 문화, 관습, 제도의 다층적 얽힘을 고려했다. 그녀의 개혁 사유는 철학이 언어에 머무르지 않고 제도적 설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했다.
판 쩌우 찌우 철학의 현대적 계승 가능성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판 쩌우 찌우의 철학은 ‘표현할 수 있음’ 자체의 윤리성을 강조한다. 그녀는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에 맞서 존재하는 행위를 ‘발언’으로 실현했고, 여성의 언어가 사적 공간을 넘어서 공적 영역을 점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판 쩌우 찌우의 글은 단지 역사적 문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식 전환과 제도 개혁을 위한 사유의 자원이다.
그녀는 단지 여성 인물로서가 아니라, 사상가로서 오늘날 재소환되어야 할 가치체계를 남겼다. 판 쩌우 찌우가 말한 ‘언어의 공적 점유’는 현재 SNS와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이슈이며, 여성의 발언권, 재현 구조, 감정 노동과 감시의 문제는 여전히 구조화되어 있다. 그녀의 철학은 단순히 해방을 외치는 정치가 아니라, 감정과 제도 사이에서 주체를 구성하는 방식으로서 해방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더욱 급진적인 사유로 읽힐 수 있다. 판 쩌우 찌우는 여성의 언어가 침묵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 언어는 지금도 여전히 변화를 촉진하는 철학적 기호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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