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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민부는 종교를 단지 신앙의 영역으로 국한하지 않았다. 그는 종교가 공동체의 감정 구조를 회복하고 치유하는 실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철학은 종교를 감정 윤리의 재구성 도구로 해석하며, 공동체 내부의 상처와 고립을 언어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응우옌민부는 종교가 윤리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고통의 감각화를 기반으로 한 감정 회복의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
종교를 통한 감정 윤리의 회복
응우옌민부는 종교를 공동체 치유의 윤리적 도구로 바라보았다. 그는 종교가 단지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교리적 시스템이 아니라, 상처받은 공동체 내부의 감정을 치유하고, 감정의 윤리를 회복하는 실천 구조로 기능해야 한다고 보았다. 응우옌민부는 공동체 내에서 발생하는 상실, 고립, 불신 등의 감정이 종교 의례를 통해 다시 말해질 수 있을 때, 그 종교는 단지 믿음의 시스템을 넘어선 사회적 회복의 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교가 고통을 해석하는 방식, 슬픔을 감각화하는 의례, 용서를 구조화하는 감정 언어를 통해 공동체가 다시 서로를 감지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응우옌민부는 특히 종교적 침묵, 기도, 설교의 순간에서 감정이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실천의 핵심으로 보았으며, 이러한 감정 회복의 구조 안에서 공동체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감정적 연결망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상실의 구조와 종교 의례의 회복 가능성
응우옌민부는 공동체가 감정적으로 파편화되는 가장 큰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감정’에서 찾았다. 그는 상실과 애도, 배신과 외면 같은 감정들이 구조화되지 못하고 개인 내부에서 침묵될 때, 그 감정이 공동체의 해체를 불러온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종교는 이 침묵된 감정을 다시 언어화할 수 있도록 감정의 형식을 제공하는 체계이며, 의례는 그 감정을 사회적 장면 안에서 드러내게 하는 장치다. 특히 장례, 기도, 고백 등의 의례에서 응우옌민부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상호 간의 고통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이 가능성을 통해 종교가 단지 초월적 믿음의 체계가 아니라 ‘감정의 회복을 기획하는 윤리적 장치’라고 정의했다.
종교 언어와 감정 구조의 교차점
응우옌민부는 종교 언어가 단순히 교리를 전달하는 기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조직하고 사회화하는 강력한 실천 언어라고 보았다. 그는 설교자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자비’, ‘회개’, ‘침묵’, ‘고백’과 같은 단어들이 단지 도덕적 개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청자 내부에 형성된 감정 구조를 일정한 윤리의 리듬으로 이끄는 언어적 기술이라고 분석했다. 이 감정 구조는 개인의 고통을 언어화하고, 그 언어화된 고통을 다시 공동체가 감지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배치되는 장치이며, 이로써 종교 언어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서 감정의 정치적 장치가 된다고 응우옌민부는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집단 의례나 설교에서 반복되는 어휘가 구성원들의 감정을 정돈하고, 그 정돈된 감정이 다시 말해지는 순간, 종교는 윤리적 감정 교육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종교 언어는 감정을 억압하는 구조가 아니라, 억눌린 감정을 다시 끌어올리는 정서적 통로가 되며, 이 통로를 통해 개인은 더 이상 고립되지 않고, 공동체는 다시 연결될 수 있다. 그는 이 언어적 감정 회로가 작동할 때, 종교는 윤리적 명령이 아니라 감정 기반의 이해 가능성으로 확장되며, 공동체의 감정 구조를 복원할 수 있는 정서 네트워크로 기능한다고 정리했다.
응우옌민부가 제시한 종교의 실천 구조
응우옌민부는 종교를 교리 암송이나 신앙 고백의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감정을 반복적으로 훈련시키는 실천적 훈련 장치로 재구성했다. 그는 공동체 구성원이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종교 의례가 고통의 감정을 정돈하고, 감정의 억압이 아닌 재인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이 반복 훈련 속에서 구성원들은 감정을 단순한 반응이 아닌 말해질 수 있는 윤리로 전환시키며, 종교는 그 과정을 촉진하는 윤리적 프레임이 된다. 특히 그는 반복되는 의례, 예컨대 기도, 참회, 기념, 침묵 등의 실천을 통해 감정은 익숙한 경로를 따라 흐르고, 그 흐름이 감정을 조직하는 윤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응우옌민부는 이러한 반복이 단지 위안이나 회피의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다시 공동체 안에서 배치하게 만드는 구조적 장치이며, 그 안에서 수행되는 감정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윤리로 변화된다고 보았다. 그에게 종교는 바로 이 구조를 설계하는 기획이자, 실천의 장이며, 모든 의례는 감정의 흐름을 질서화하는 윤리적 훈련이었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종교는 단지 해석의 도구가 아닌 윤리 실천의 매개체가 되며, 반복은 단지 관습이 아닌 감정의 언어를 재배열하는 전략이 된다.
공동체 윤리로서 종교적 치유의 철학
응우옌민부는 종교가 진정으로 공동체 회복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감정의 언어화가 가능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종교가 공동체를 회복시키지 못하는 경우, 그것은 종교가 감정 표현의 구조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감정이 억눌리거나 침묵되는 공동체에서는 어떤 윤리도 설계될 수 없으며, 말해질 수 있는 감정만이 공동체적 윤리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응우옌민부는 종교적 치유가 단순히 위로의 언어나 감성적 동일화에 머물러선 안 되며, 감정 구조 자체를 윤리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실천 장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정이 개인에게 닫힌 것이 아니라, 다시 말해지고 나눠질 수 있는 구조로 재조정될 때 비로소 치유는 사회적 사건으로 확장된다고 보았다. 이 재구성이 실패할 때 종교는 감정의 윤리를 실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도그마를 낳는 억압적 제도가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종교가 감정 윤리를 실현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반복, 경청, 말하기, 침묵이라는 일상적 훈련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 네 가지 요소가 감정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연결하는 윤리적 문법을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법이 작동할 때 종교는 단지 초월의 상징이 아니라, 감정 기반 윤리를 가능하게 하는 감정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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